발라드와 댄스곡이 번갈아 나오던 룸에 트로트 전주가 흐르기 시작하면 공기가 묘하게 달라집니다. 휴대폰을 보던 사람이 고개를 들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뼉이 박자를 찾아갑니다. 가사를 끝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도 후렴 한 줄쯤은 다들 따라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라오케에서 트로트 한 곡이 자리 전체를 한 방향으로 모으는 힘을 갖는 이유와, 그 한 곡을 제대로 살리는 요령을 정리해 봅니다.
후렴이 짧고 반복된다
트로트는 대개 후렴이 짧고 같은 구절이 여러 번 되풀이됩니다. 처음 듣는 곡이라도 두 번째 후렴쯤이면 누구나 입을 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부르는 사람 혼자 무대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룸 안의 모두가 조금씩 노래에 참여하게 됩니다. 곡을 고를 때 후렴이 입에 잘 붙는 곡을 먼저 떠올려 보면 좋습니다. 가사가 길고 이야기가 복잡한 곡은 혼자 감상하기에는 좋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따라 부르기 쉬운 곡이 더 빛을 봅니다.
꺾기는 흉내만 내도 된다
트로트 하면 떠오르는 꺾기와 떨림은 제대로 하려면 오랜 연습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술자리 노래에서 그 기술을 완벽하게 해낼 필요는 없습니다. 음 끝을 살짝 비틀어 올리거나, 긴 음 끝에서 목소리를 가볍게 흔들어 주는 정도만으로도 곡의 맛이 충분히 삽니다. 오히려 과하게 흉내 내다 음정이 흔들리면 듣는 사람이 불안해집니다. 자신 있는 두세 군데에만 힘을 주고 나머지는 담백하게 부르는 편이 전체적으로 훨씬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언제 넣느냐가 절반이다
같은 곡이라도 어느 순간에 나오느냐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다릅니다. 느린 발라드가 서너 곡 이어져 룸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을 때, 혹은 대화가 길어져 반주기가 한동안 멈춰 있었을 때 트로트 한 곡이 들어가면 분위기가 금세 되살아납니다. 반대로 신나는 곡이 연달아 나온 직후라면 효과가 덜합니다. 예약 목록을 한 번 훑어보고 흐름이 처지는 지점에 곡을 끼워 넣는 감각만 있어도, 같은 선곡으로 훨씬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함께 부를 수 있는 룸
트로트는 여럿이 손뼉을 치고 후렴을 따라 부를 때 가장 즐거운 장르라, 일행이 편하게 둘러앉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공간과 잘 맞습니다. 인천 원인재역 인근의 연수동쓰리노는 비즈니스 모임이나 사교 자리에 맞춘 프라이빗 룸을 갖추고, 생일이나 기념일을 맞은 손님을 위한 이벤트도 따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축하할 일이 있는 날 트로트 한 곡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싶다면, 예약할 때 인원과 자리의 성격을 미리 알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즐기는 사람이 넓어진 장르
한때 트로트는 윗세대의 노래로 여겨졌지만, 방송을 통해 젊은 가수들이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즐기는 층이 눈에 띄게 넓어졌습니다. 이제는 삼십대와 사십대가 먼저 트로트를 예약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트로트만 연달아 고르면 금세 물립니다. 다른 장르 사이에 한 곡씩 양념처럼 넣고, 일행 중 누가 좋아하는 곡을 먼저 물어봐 주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한 곡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